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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디지털화, 흐름은 거스를 수 없어도 과정은 인간답기를
부제목 소비자보호 위해 동일 기능 동일 규제 추진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0-10-29 12:39:07

[2020-093]2020.10.29.





Q.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A. 안녕하세요! 저는 여수신업종본부 비상대책위원장과 신한카드지부 지부장을 맡고 있는 김준영입니다.


Q. 지난 9월 출범한 디지털금융 협의회에 현재 사무금융노조 추천 위원으로 참가하고 계신데요. ‘디지털금융’은 뭐고, 디지털금융 협의회는 또 어떤 곳인가요?


A. 원래 금융업은 전산화와 자동화가 빠르게 진행되던 산업이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스마트폰 대중화, 빅데이터, AI, 클라우드 같은 신기술이 도입되면서 아예 근본적으로 시스템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새로운 시대에 맞는' 금융 산업 시스템과 규율을 정비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었습니다. 물론 정책은 정부가 수립하면 되는 것이지만, 그 과정에서 학계와 관련 업계, 플레이어들이 보다 협력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든 것이죠.


Q. 정부와 함께하는 다른 협의체에는 노동조합 추천 위원이 거의 들어가지 않았던 것 같아요.


A. 네 맞아요. 그간 관 주도로 만든 협의체에서는 노동계 구성원이 늘 빠져 있었어요. 이번 디지털금융 협의회도 최초 금융위원회 안에서는 노동계 참여에 대한 논의가 전혀 없었습니다.


진행 상황은 이렇습니다. 지난 4월 사무금융노조 이재진 위원장, 금융노조 박홍배 위원장, 금융위원회 은성수 위원장 3인이 모여 금융산업 관련 3자 회동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노조 내에서는 금융정책위원회 특위도 만들었고요. 이런 과정을 거쳐 금융산업 관련 노정교섭 채널이 먼저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당국의 디지털금융 협의회 수립 계획을 접하고, 바로 노동계 위원 참여를 이 금융산업 관련 노정교섭 채널을 통해 요구했습니다. 그 요구를 금융당국이 전향적으로 수용한 것이고요. 이 자리를 계기로 노동자 입장과 목소리를 전달할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Q. 노동자 대표가 협의회에 참가해야 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특별한 의제가 있나요?
 
A. 우선 디지털금융은 크게 '금융산업의 디지털화'와 'ICT기업들의 금융업 진출', 이 두 가지 개념을 말해요. 그런데  '금융산업의 디지털화'와 'ICT기업들의 금융업 진출' 이 두 가지 이슈 모두 노동과 아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금융산업의 디지털화만 봐도, 노동자들 입장에서 클라우드나 빅데이터 같은 신기술이 도입되면 아무래도 기존에 제공하던 노동의 형태나 내용이 변화할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이러한 산업의 변화로 기존 일자리가 없어지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고요. 이런 시기에 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면, 고용의 위기와 노동조건의 후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ICT기업들의 금융업 진출도 같은 맥락인데요. 새로운 기업의 업계 진출로 기존 회사가 매출에 타격을 입으면, 기존 회사에 종사하는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구조조정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정부 당국이 새로운 시스템과 룰을 세팅할 때,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후퇴되지 않도록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디지털금융과 관련해서 제2금융권 종사자들에게 좀 더 직접적으로 다가올 만한 이슈는 무엇이 있을까요?


A. 사실 디지털금융으로 인한 대표적인 변화 키워드는 '비대면'이에요. 그간 고객을 만나 진행하던 영업과 상담 활동이 전부 비대면 채널을 통해 이뤄지고, 나아가 자동화까지 될 수 있는 상황인 것이죠.


콜센터만 해도 AI가 상담을 대체하고, 카드 모집도 기존에 카드사 정규직 노동자 혹은 설계사분들이 하던 업무인데 앱이나 온라인 채널로 진행하고 있죠. 그러니까 그 영업과 영업을 관리하는 조직의 일자리 고용안정성은 당연히 떨어지게 되겠죠.
 
다른 하나는, 업무의 방식과 내용이 정말 급속도로 바뀌고 있다는 점에 있어요. 과거에 수기로 하던 것을 전산화했을 때에도 인력 감축은 있었지만, 그래도 사람의 손은 어느 정도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아예 자동화가 되어버려서, 열 사람이 하던 일을 한 두 명이 해도 충분하게 되었죠.


이러다 보니까 중장년층 노동자, 40대 이상 노동자와 조합원은 소외되는 경향이 있어요. 아무래도 나이가 있으면 신기술에 적응하는 속도가 떨어지잖아요. 이런 노동자들은 노하우도 축적되어 있고, 업무숙련도도 높지만 IT관련 신기술에는 취약하기 때문에 역량을 평가절하 당하게 될 위험도 있어요.


Q.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디지털화 적응 인력과 그렇지 못한 인력이 분리되겠네요.


A. 그렇죠. 젊거나, 관련 전공자이거나. 이런 사람들과 기존 전통 업무 종사자들 사이에 양극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어요. 전자의 경우 최근 신규채용도 많이 되고 있고, 또 새로 들어오는 사람들은 디지털 관련 교육을 이미 받고 들어오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기존 노동자들은 준비가 다 되어 있지 않아요. 지금도 현장에서 하루하루 바뀌는 시스템에 정신이 없죠. 이걸 안정시키려면 교육 훈련이 필요한데, 사업주 입장에서는 다 비용이니까 쉽게 해주려고 하지 않고요. 그렇다고 개별 노동자들에게 '알아서 당신 돈으로 당신 여가 시간에 교육받아서 오시라' 또 이래서는 안 된다는 것이죠.


이제는 잡 오프(Job/off)를 비롯해서 다양한 전환배치 지원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우리 조합원들도 불안감을 덜 느끼지 않을까 싶고요. 다만 그걸 개별 지부 협상으로 푸는 게 맞을지. 사회적 노정교섭의 의제로 만들어갈지는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Q. 어떤 상황인지는 알겠지만, 변화를 막을 수는 없다는 생각도 들어요. 저만해도 이제는 대면채널을 방문하는 것보다는 그냥 앱으로 금융 업무를 처리하고 싶어 하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들을 지키기 위해 디지털금융 협의회에서 어떤 것을 요구할 수 있을까요?
 
A. 우선 디지털금융 협의회에서는 고용이슈만 다루고 있지는 않아요. 하지만 새로운 시스템과 규율을 만들 때, 최소한의 보호장치와 견제장치가 작동할 수 있도록 의견을 내려고 합니다. 변화를 거스를 수는 없다고 해도, 디지털화로 인한 고용 감소나 노동조건 후퇴를 우리 노동자가 순순히 받아들일 수만은 없는 거잖아요?

이 협의회에서 다 논의될 수는 없는 부분이지만, 중장기적으로 최대한 연구조사, 토론, 논의 과정 등을 거쳐서 우리 의제를 만들어내고, 그것을 정부 당국과 사회에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또 중요한 것은 금융소비자 권리에요. 우리는 노동자이자 동시에 소비자잖아요. 학계나 업계에서 새로운 시스템, 룰 세팅을 주도하면 아무래도 수익이나 효율의 측면만 강조될 수 있어요. 그러다 보면 개인정보보호나 금융소비자 주권은 아무래도 도외시될 수 있죠. 노동조합에서는 이런 부분에 대한 안전장치 마련도 요구해야 한다고 봐요. 
 

Q. 노동계에서 한국노총 산하 금융노조와 민주노총 산하 사무금융노조 위원이 함께 들어가 있잖아요? 혹시 입장이 다른 부분이 있을까요?


A. 큰 차이점은 없어요. 급격한 변화, 새로운 업계 진출 등에 대한 두려움은 은행과 같은 1금융권이나 저희 2금융권이나 크게 다르지 않거든요. 그래서 서로 보조를 맞출 수 있는 부분은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어요.


물론 업종에 따라 위협의 수준은 다를 수도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시중은행은 1000여 개가 넘는 현장 지점을 보유하고 있고, 그 지점마다 운영 인력을 유지하고 있어요. 그에 비해 2금융권의 인력은 본사에 집중되어 있는 편이니까요.


Q. 플랫폼 기업, ICT기업들과 기존 금융회사는 같은 조건에서 경쟁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이런 기업들의 금융업 진출과 관련해서 가장 우려되는 지점은 무엇인가요?


A. 사실 인터넷 은행들에 대해서 기존 은행들은 초반엔 그다지 심각하게 바라보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대응에 골몰하기 시작한 계기가 바로 카카오뱅크의 등장이었습니다. 그리고 네이버파이낸셜이 출범하면서 더 우려가 커졌고요.


공통점은 모두 독점 플랫폼 기업들이라는 것인데요. 네이버는 국내 점유율이 70%대인데 쇼핑에 여행에 금융까지, 이미 진출하지 않은 업종이 없죠.


물론 이런 기업들의 금융업 진출 자체를 막을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기존 금융사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이런 ICT기업들이 금융사와 달리 제대로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애초에 금융은 규제산업으로 업종을 영위해 왔습니다. 자본시장법, 보험업법 등을 통해 인허가부터 관리 감독을 받아왔어요.


그런데 네이버나 카카오는 기존 금융사와 기능은 같이 하면서 규제는 해당 업법의 규제를 받지 않고 있습니다. 네이버파이낸셜만 봐도 대출상품에 보험, 카드까지 팔지만 본인들은 보험사도 카드사도 아닌 그냥 채널일 뿐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요. 판매수수료로 수익은 내면서 말이에요. 게다가 실제 고객들은 네이버가, 카카오가 파는 것으로 알고 그 금융상품에 접근하거든요.


Q. 금융상품 제조와 판매가 분리되는 상황인 것 같은데, 이런 경우 금융소비자들도 더 위험해지는 것 아닌가요?


A. 그렇죠. 예를 들어 네이버파이낸셜에서 대출상품을 팝니다. 파는데, 직접 팔 권한은 없으니 기존 금융사와 제휴를 맺고, 판매 수수료를 받습니다. 그런데 이 상품에 문제가 생기면, 기존 금융사의 귀책인지, 이 상품을 홍보하고 판매수수료를 받은 네이버파이낸셜의 귀책인지 불분명해질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금융사들이 현재 요구하는 것은 '동일 기능 동일 규제'입니다. 카드 상품을 팔면 여신전문업법의 규제를, 보험을 팔면 보험업법의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죠. 그런 기본적인 룰이 세팅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디지털금융 협의회를 통해 이제 그런 것을 정비하려고 하는 것이고요. 금융위원회도 이러한 원칙에 어느 정도 공감은 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최근 금융위가 발표한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에는 '네이버가 선보이는 금융상품' 등으로 광고하지 못하게 하고, 상품에 문제가 생기면 플랫폼 회사들도 책임지게 하는 등의 내용이 담기긴 했습니다.


다만 경계를 늦출 수는 없어요. 이런 빅테크, ICT기업들은 '규제를 늘리면 혁신과 성장이 느려지고, 그러면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논리를 펴고 있거든요. 하지만 정말 네이버나 카카오가 하는 것이 혁신이 맞는지는 좀 고민해 볼 필요가 있죠. 
 



Q. 네이버파이낸셜 같은 기업은 왜 직접 인가를 받아서 운영하지 않으려고 하는 걸까요?


A. 직접 금융상품을 설계해서 운영하고 판매하는 것은 아무래도 제휴보다 훨씬 부담이 되니까요. 이런 플랫폼 기업의 장점이 '엄청난 위력을 가진 판매 채널'을 보유했다는 것이잖아요? 그 강점을 활용해서 제휴로 수수료만 벌겠다는 입장인 것이죠.


물론 각 금융사들도 다 개별 플랫폼이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접속자가 많지도 않고, 들어와서도 정확히 필요한 기능만 쓰고 나가버리거든요.


그런데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플랫폼은 필요한 기능을 사용한 이후에도 계속 남아서 영상도 보고, 쇼핑도 하고, 여가활동도 하고. 그렇게 그 공간 활용도가 높아요. 여기에 금융상품까지 판매한다면 그 어떤 기존 플랫폼보다 위력이 강하겠죠. 이제 와서 금융사들이 이런 플랫폼을 만들 수도 없고요.
 

Q. 막강한 플랫폼과 금융상품이 결합하면 오히려 금융사 입장에서도 더 많은 소비자들과 만날 기회를 얻게 되는 것 아닌가요?


A. 디지털금융 협의회에서도 결국은 상생과 협력을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현실을 놓고 보면 경쟁력을 가진 빅테크 플랫폼 회사들이 카드사를 상대로 오히려 갑질을 하는 구조에요.


'우리 채널에서 당신들 회사의 카드를 모집하게 되면 수수료를 얼마 달라.' 이렇게 요구하는데, 그 수수료 수준이 정말로 높습니다. 인프라 비용이 들지 않는 온라인 채널인데도, 전통적인 설계사 채널을 운영하며 지급하는 수수료와 비교해서 경쟁력이 없다고 할 수준이에요.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결국 모든 금융사가 네이버, 카카오 등의 하청업체가 될 수밖에 없겠죠. 플랫폼 기업이 많다면 기존 금융사들도 동등한 입장에서 업무 협력을 할 수 있겠지만, 플랫폼 기업은 독점 구조이고 금융사는 여러 회사가 경쟁하는 구조니까요. 플랫폼 기업 입장에서 줄 세우기가 가능하죠. 


이건 카드사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업종에서도 이런 상황이 발생할 거라고 봐요. 이런 상황에서 상생과 협업을 말하기는 좀 어렵지 않을까요? 디지털금융 협의회를 통해서 그 구조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Q. 조합원분들께 꼭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해주세요.


A. 저도 지부장 당선 전까지는 현업에서 계속 근무했었습니다. 2016년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이 있었죠. 그 이후로 디지털 시대에 적응을 하는지 여부가 노동자 생존을 좌우하는 바로미터가 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분위기는 계속 이어지고 있고요.


현장 노동자들은 지금도 수도 없이 디지털화 과제를 제출하고, 성과를 내라는 압력에 상시 노출되어 있어요. 문제는 그게 노동자 스스로를 옭아 매는 과제라는 점에 있어요. 디지털화 과제에서 성공한다는 것은, 결국 그만큼 내가 앞으로 제공할 노동력을 자동화된 시스템과 기계에 빼앗긴다는 것을 의미하니까요. 그래서 저도 그런 과제를 수행하면서 정말 자괴감을 많이 느꼈어요.
 
큰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조금은 인간다울 수 있도록, 노동자 권리를 지키면서 변화해갈 수 있도록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부분에서 노조의 역할을 기대하는 조합원들도 적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디지털금융 협의회 참여 소식을 들으며, 때로는 '왜 노조가 저런 것을 하지?'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하지만 급변의 시기에 새로운 시스템을 짜는 판에 들어가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은 꼭 필요한 활동이에요.


현장에서 겪은 문제점들, 혹은 대안들을 저희들에게 이야기해 주신다면, 그런 부분을 반영해서 꼭 제 목소리를 내도록 하겠습니다. 디지털금융 협의회가 종료된다고 해도, 그 이후에도 꾸준히 고민하고 활동하려고 합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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